최근 그리스 앞바다에서 이주민들을 태운 어선이 침몰해 수백 명이 실종됐죠. 2015년 이후 최악의 난민선 침몰 사고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희생자가 특정 국가, 특정 성별에 유난히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특히 파키스탄 출신 사망자나 실종자가 많다면서요?
[기자]
이번 그리스 난민선 사고에서 파키스탄인 피해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19일을 '애도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사고가 난 난민선은 앞서 14일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해안 인근에서 침몰했는데요.
리비아 동부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거로 추정됩니다.
몇 명이 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배의 규모상 4백여 명에서 7백여 명까지 타고 있었을 거로 보이는데, 이 중에 겨우 104명만 구조됐습니다.
수습된 시신도 70여 구에 불과해 수백 명이 실종 상태지만, 구조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습니다.
배에는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특히 파키스탄인이 2백 명에서 많게는 4백 명에 이를 거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생존자 104명 중 파키스탄 사람은 12명에 불과합니다.
[앵커]
파키스탄 출신이 배에 많았으면, 구조된 사람 중에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기자]
영국 가디언이 생존자들의 진술서를 보도했는데, 사고 당시 파키스탄 출신들은 배의 갑판 아래층에 몰려 있었다고 합니다.
배가 침몰하면 생존 가능성이 훨씬 낮은 곳인데, 난민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물을 찾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파키스탄 국적자를 학대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키스탄 실종자 가족 : "저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배에 탄) 제 친척은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에 노출됐다는 것 같았어요. 구명조끼 같은 것도 입지 못했어요."]
국적 뿐 아니라 성별, 나이에 따른 차별도 있었던 거로 보이는데요.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사실상 짐칸에 가뒀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구출된 생존자 104명은 모두 어른 남성입니다.
[그리스 시리아인협회 사무총장 : "모든 여성이 숨졌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품에 안고 익사했다고요. 이것은 믿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앵커]
함께 목숨을 걸고 난민선에 오른 사람들끼리도 차별을 한다니 참 씁쓸하네요.
[기자]
난민선을 받아들이는 입장인 유럽 등 선진국들이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서 난민을 골라서 받는다는 비판은 꾸준히 있어 왔죠.
하지만 이미 난민선에 오른 순간부터 목숨을 좌우할 정도의 차별과 폭력이 있다는 현실은 충격적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이주민은 2만 7천여 명에 달하는 거로 추산되는데요.
선박이 침몰하는 등 사고가 나 숨진 사람들도 있지만, 선내 폭력, 열악한 항해 환경 등 난민선 안에서 비인도적인 이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이들이 목숨을 걸고 난민선에 타는 이유, 역시 고국에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기자]
특히 최근에는 정치적인 망명보다 가난 때문에 난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처럼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국가에서 온 난민이 크게 는 거로 분석되는데요.
특히 이런 절박함을 악용해 돈을 버는 '브로커'들까지 활개를 치면서 난민들을 더 울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탑승자들도 리비아 브로커에게 한 사람당 우리 돈으로 570만 원 정도씩 내고 배를 탄 거로 알려졌습니다.
[빈센트 코체텔/유엔난민고등판무관 : "어떤 사람들은 이 범죄 행위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벌고 매우 높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이민 규제를 강화한 것도 난민들이 더 위험한 경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서요?
[기자]
이번 사고가 났을 때 그리스 당국이 구조를 빨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죠.
지중해를 끼고 있는 그리스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주요 통로 중 하나지만, 최근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반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난민선의 주요 목적지인 이탈리아도 난민 유입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민들은 더 멀고, 더 위험한 바닷길을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도 난민들을 환영할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유럽연합 정책상 난민들은 처음으로 도착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주민의 첫 도착지가 되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엔 부담이 큰 방식이죠.
그래서 EU는 이달 초 새로운 난민 정책에 잠정 합의했는데요.
난민 신청자를 회원국들이 나눠서 받아들이거나, 난민 한 사람당 2천8백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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