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4대가 사는 집이 있다. 시어머니 박정순(61) 여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곱 식구의 식사 준비를 하고 여든을 훌쩍 넘긴 시부모님의 수발을 든다. 게다가 이제 갓 돌이 된 손녀를 돌보는 것까지 박 여사의 몫. 그 동안 며느리 유진(메리 제인)(24) 씨는 여전히 자고 있는데.
잘 배워야 네가 나중에 편한거야 vs 저는 공주예요. 일 어떻게 해요
필리핀에서 온 며느리 유진 씨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잠에서 깬다. 늦잠을 잔 유진 씨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것은 화장. 밀린 빨래는 제쳐두고 꼼꼼하게 화장을 한다. 심지어 매일 밤 다이어트 때문에 딸은 시어머니에게 맡겨두고 운동에 전념한다는데.
박 여사는 스물한 살에 결혼해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집안일과 밭일을 모두 도맡아야 했다. 이젠 박 여사도 환갑이 넘은 나이. 4년 전 들인 며느리가 당신의 일을 덜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며느리와 어린 손녀까지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며느리가 들어오고 반가운 점도 있다. 애교 많은 며느리와 어린 손녀딸 덕에 집에는 웃음이 늘었다는데. 게다가 전엔 나이든 시부모님 봉양에 꿈도 못 꿨던 외출도 가끔씩 할 수 있게 된 박 여사. 모두 며느리 덕인 것 같아 고맙단다.
네가 이해를 못 해주면 어떡해! vs 메시지 한 통이면 되잖아요
하지만 그런 박 여사가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다. 바로 며느리 내외가 다툴 때인데. 평일엔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엔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편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며느리. 보고 싶어서, 걱정돼서 전화를 한다지만 바쁜 남편이 매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퇴근한 남편과 연락 문제로 다투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본 박 여사는 목소리를 높이고.
시어머니의 꾸중에 눈물을 보이는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를 보고 속이 상한 시어머니. 둘 사이엔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고부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기 위해 며느리의 고향, 필리핀을 찾았다.
결혼 4년 만에 첫 방문이다.
박 여사는 며느리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무를 덧대 만든 집들이 모여 있는 며느리의 친정 동네를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 상수도 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멀리서 물을 길어다 사용하고 위생 상태도 엉망이라 악취가 진동을 한다. 6 제곱미터 남짓의 작은 판잣집에 살고 있는 사돈댁의 모습에 박 여사는 말을 잇지 못하는데.
결혼 후 친정집을 처음 찾은 며느리는 필리핀에서도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곱게 화장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 외출하는 며느리. 반면 시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안사돈을 돕고, 나서서 집안 청소를 하는데.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고부. 과연 며느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며느리 #가난 #시어머니 #필리핀 #판자촌 #집 #새집 #알고e즘 #눈물 #가난 #국제결혼 #다문화 #다문화고부열전 #고부 #고부갈등
?방송정보
?프로그램명: 다문화 고부열전 - '일개미' 시어머니와 '공주' 며느리
?방송일자: 2014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