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과의 미묘한 긴장 관계까지,
내년 대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대외 변수들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은 국내 문제, 특히 경제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의 돈과 무기를 투입한 바이든의 결정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바이든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력후보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 현상입니다.
바이든의 위기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내년 대선 출마와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2024년 전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CBS와 폭스, CNN 등 주요 매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에 2~4%포인트 앞섰습니다.
오차 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주요 여론 조사에서 모두 밀리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지난 80년간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거의 모든 현직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평균 10%포인트 정도 앞서왔습니다.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이번 달 81세가 된 바이든의 나이입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를 볼까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던 조지아 등 6개 주의 유권자 71%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비판했습니다.
3년 전엔 36%에 불과했습니다.
77세인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나이에 대한 불안감이 약합니다.
러시아, 중국, 중동 문제 등 나라 밖 상황도 바이든에게 불리, 트럼프에겐 유리합니다.
공화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를 계속 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11월 CNN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효과적인 ”세계 지도자“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불과했습니다.
외교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주도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외교정책이 유권자들의 삶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첫째,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 무역전쟁이 심화되어 미국인의 주머니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대만 등 기타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직접적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합니다.
둘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과의 분쟁으로 확대되면 미국이 지역 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셋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약해질 조짐이 보이면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러시아의 공격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미국의 군사 개입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국내로 돌아오는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경제 문제, 즉 국내 물가에 집착하는 일부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서를 이용해 트럼프와 공화당은 바이든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오랜 시간 매국을 했다고 비난합니다.
또 하나 최근 월스트리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유권자가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의 젊은 유권자층의 경우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지지하는 바이든을 비난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이라고 부르며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외교정책이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목표와 융합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내에서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제조를 촉진한 법안 등 바이든이 추진한 외교정책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신뢰도에서 트럼프는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9%가 경제에 대해 트럼프를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바이든은 37%에 그쳤습니다.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던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이탈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값싼 중국산 제품과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 내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중하층 계층이 몰락한 결과입니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집권 시기 대중국 관세와 보호무역주의, 감세와 코로나19 지원금 등은 결과적으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민사 소송과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여기에 민주당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 이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트럼프의 재선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중대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국내적으로는 트럼프의 자기중심적인 정치 스타일과 강력한 보복적 성향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해외 정책에서는 트럼프의 사업가적 거래 중심 접근법이 국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거래하는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미국이 유럽에서 혈세를 쓰는 것은 나쁜 거래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파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하루 만에 종료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구소련 국가를 공격할 동기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시진핑과 대만을 포기하는 거래를 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우려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적 균형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미국이 동맹국들 편에 서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별 각자도생, 그러니까 군비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핵 무장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년 11월 대선까지 1년 남았지만, 트럼프의 승리는 동전 던지기 확률이라는 예측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될 도널드 트럼프,
이코노미스트의 도발적인 기사 제목에는 이념이나 진영보다 자국 이익에 중점을 두는 국제사회의 변화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
제작 : 강재연
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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